길을 걷다 갑자기 사람이 쓰러지는 위급한 상황을 목격한다면, 당신은 어떻게 행동하시겠습니까? 망설이는 짧은 순간, 한 사람의 생명이 촌각을 다투며 사라질 수 있습니다. 심정지 환자가 발생했을 때, 뇌 손상 없이 생명을 구할 수 있는 ‘골든타임’은 단 4분. 119 구급대가 도착하기 전, 현장에 있는 최초 목격자의 빠르고 정확한 응급처치가 환자의 생존율을 2~3배 이상 높일 수 있습니다.
이 골든타임을 지키는 가장 강력한 두 가지 무기가 바로 ‘심폐소생술(CPR)’과 ‘자동심장충격기(AED)’, 즉 ‘심장충격기세동기’입니다. 하지만 많은 분들이 심장충격기의 존재는 알지만, 막상 사용하려고 하면 두렵거나 사용법을 몰라 망설이게 됩니다. 이 포스트에서는 심정지 환자를 발견했을 때, 심폐소생술과 심장충격기를 어떻게 올바른 순서로 병행해야 하는지, ‘30:2 법칙’을 중심으로 누구나 따라 할 수 있도록 알기 쉽게 알려드립니다.
심장충격기, 왜 심폐소생술만큼 중요할까
심폐소생술(CPR)이 멈춘 심장을 대신해 뇌와 몸에 혈액을 공급하는 ‘수동 펌프’ 역할을 한다면, 심장충격기(AED)는 비정상적으로 떨고만 있는 심장에 강력한 전기 충격을 주어, 심장이 다시 정상 리듬을 찾도록 ‘재부팅’ 시켜주는 유일한 장비입니다.
심장이 멈추는 이유, ‘심실세동’ 알아보기
급성 심정지의 가장 흔한 원인은 ‘심실세동’이라는 치명적인 부정맥입니다. 이는 심장이 정상적으로 ‘쿵, 쿵’ 수축하지 못하고, 마치 경련을 일으키듯 심장 근육이 분당 수백 회씩 빠르고 불규칙하게 ‘파르르’ 떨기만 하는 상태를 말합니다. 이 상태에서는 심장이 혈액을 전혀 뿜어내지 못하므로, 사실상 심장이 멈춘 것과 같습니다.
이러한 심실세동을 멈출 수 있는 유일하고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바로 ‘제세동’, 즉 심장충격기를 이용한 전기 충격입니다. 심폐소생술만으로는 심실세동을 멈출 수 없으며, 단지 전기 충격이 시행될 때까지 뇌 손상을 최소화하는 역할만 할 뿐입니다.
골든타임 4분, 생존율을 결정하는 시간
심정지 발생 후 1분이 지날 때마다 생존율은 7~10%씩 급격히 감소합니다. 심폐소생술을 시행하면 그 감소 속도를 늦출 수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얼마나 빨리 심장충격기를 사용하느냐가 환자의 생사를 결정짓습니다. 심폐소생술과 심장충격기를 함께 시행했을 때, 심정지 환자의 생존율은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훨씬 더 높아집니다.
심정지 환자 발견 시 행동 요령 (생존 사슬)
심정지 환자를 발견했다면 당황하지 말고, 아래의 ‘생존 사슬’ 4단계를 순서대로 기억하고 실천해야 합니다.
- 신속한 신고 (환자 의식 확인 및 119 신고)
- 신속한 심폐소생술 (가슴 압박 시작)
- 신속한 제세동 (심장충격기 사용)
- 효과적인 전문소생술 (119 구급대 도착 후)
이 중 일반인 목격자가 수행해야 할 가장 중요한 역할은 바로 1, 2, 3단계입니다.
심폐소생술(CPR)과 심장충격기(AED) 병행 순서
이제 가장 중요한, 심폐소생술과 심장충격기를 올바른 순서로 병행하는 방법을 단계별로 알아보겠습니다.
1단계 의식 확인 및 도움 요청
- 의식 확인 쓰러진 사람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리며 “괜찮으세요?”라고 큰 소리로 물어봅니다. 반응이 없다면 의식이 없는 상태입니다.
- 도움 요청 주변에 있는 특정 사람을 정확히 지목하여 “거기 안경 쓰신 분, 119에 신고해 주시고, 다른 분은 자동심장충격기(AED) 좀 찾아다 주세요!”라고 큰 소리로 외칩니다.
2단계 호흡 확인 및 가슴 압박 시작
- 호흡 확인 환자의 얼굴과 가슴을 10초 이내로 관찰하여 숨을 정상적으로 쉬는지 확인합니다. 숨을 쉬지 않거나, 비정상적인 호흡(헐떡이는 숨)을 보인다면 즉시 가슴 압박을 시작합니다.
- 가슴 압박 (30회)
- 압박 위치: 가슴 중앙인 흉골의 아래쪽 절반 부위 (젖꼭지 사이의 중앙)
- 압박 방법: 깍지 낀 손의 손바닥 뒤꿈치를 압박 위치에 대고, 팔꿈치를 곧게 펴서 체중을 실어 강하고 빠르게 압박합니다.
- 압박 깊이 및 속도: 약 5cm 깊이로, 분당 100~120회의 속도
- “하나, 둘, 셋, …, 서른” 하고 구령을 외치며 30회 압박합니다.
3단계 인공호흡 2회 실시 (30:2 법칙)
- 기도 확보 한 손으로 환자의 이마를 누르고, 다른 손으로 턱을 들어 올려 기도를 엽니다.
- 인공호흡 (2회) 환자의 코를 막고, 입을 환자의 입에 완전히 밀착시킨 후, 1초에 걸쳐 가슴이 부풀어 오를 정도로 숨을 불어넣습니다. 총 2회 실시합니다.
(만약 인공호흡을 모르거나 꺼려진다면, 생략하고 가슴 압박만 계속해도 괜찮습니다.)
4단계 심장충격기 도착 및 사용
심장충격기가 도착하면, 즉시 심폐소생술을 멈추고 기기 사용 준비를 합니다. 모든 과정은 음성 안내에 따라 침착하게 진행하면 됩니다.
- 전원 켜기 심장충격기 보관함을 열고 전원 버튼을 누릅니다.
- 패드 부착 포장지를 뜯어 2개의 패드를 꺼낸 후, 패드에 그려진 그림과 같이 하나는 오른쪽 쇄골 아래, 다른 하나는 왼쪽 겨드랑이 아래에 맨살에 단단히 부착합니다. (옷은 모두 벗겨야 합니다.)
- 심장 리듬 분석 “분석 중입니다. 환자에게서 떨어지세요”라는 음성 안내가 나오면, 심폐소생술을 포함한 모든 사람이 환자에게서 떨어져야 합니다.
- 제세동 (전기 충격) 시행
- “제세동이 필요합니다. 충전 중입니다.”라는 안내가 나오면, 주변 사람들이 모두 환자에게서 떨어져 있는지 다시 한번 확인합니다.
- 충전이 완료되고 깜빡이는 ‘제세동(쇼크)’ 버튼을 누르라는 안내가 나오면, “모두 떨어지세요!” 라고 외친 후 버튼을 누릅니다.
- 즉시 심폐소생술 다시 시작 전기 충격이 전달된 후에는, 지체 없이 즉시 가슴 압박부터 심폐소생술(30:2)을 다시 시작해야 합니다.
5단계 119 도착 전까지 반복
심장충격기는 2분마다 자동으로 심장 리듬을 다시 분석합니다. 119 구급대원이 도착하거나 환자가 깨어날 때까지, ‘심장 리듬 분석 ↔ 제세동(필요시) ↔ 즉시 심폐소생술’ 과정을 계속해서 반복해야 합니다.
| 심폐소생술 & 심장충격기 병행 요약 |
| 1. 환자 발견 → 의식/호흡 확인 → 119 신고 및 AED 요청 |
| 2. 즉시 가슴 압박 30회 + 인공호흡 2회 (30:2) 반복 시작 |
| 3. AED 도착 → 전원 ON → 패드 부착 (CPR 잠시 중단) |
| 4. AED 음성 안내에 따라 심장 리듬 분석 (환자에게서 떨어지기) |
| 5. 제세동 필요 시 → 쇼크 버튼 누르기 (모두 떨어지기) |
| 6. 전기 충격 후 → 즉시 가슴 압박부터 CPR 다시 시작 (30:2) |
| 7. 2분 후 AED가 다시 분석할 때까지 CPR 계속 → 위 과정 반복 |
심장충격기 사용 시 자주 묻는 질문
Q. 심장충격기는 어디에 있나요?
A. 지하철역, 공항, 대형마트, 아파트 등 공공장소에 의무적으로 설치되어 있습니다. ‘응급의료포털 E-Gen’ 웹사이트나 ‘응급의료정보제공’ 앱을 통해 내 주변의 AED 위치를 미리 확인해 둘 수 있습니다.
Q. 전기 충격이 필요 없는 환자에게 사용하면 위험하지 않나요?
A. 괜찮습니다. 자동심장충격기는 기기가 환자의 심장 리듬을 스스로 분석하여, 전기 충격이 ‘필요한 경우에만’ 충전이 되도록 설계되어 있습니다. 심실세동이 아닌 정상 리듬이나 완전한 무수축 상태에서는 제세동 버튼을 눌러도 전기 충격이 전달되지 않으므로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습니다.
Q. 법적인 문제가 생길까 봐 사용하기 두려워요.
A.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우리나라에는 ‘선한 사마리아인법(응급의료에 관한 법률)’이 있어, 선의의 응급의료로 인해 발생한 재산상 손해나 사상에 대해 민사 책임과 상해에 대한 형사 책임을 면제해 줍니다. 당신의 용기 있는 행동은 법으로 보호받습니다.
심정지 환자에게 당신은 생명을 구할 수 있는 유일한 희망일 수 있습니다. 심폐소생술과 심장충격기 사용법은 복잡해 보이지만, ‘환자를 살리겠다’는 마음과 용기만 있다면 음성 안내에 따라 누구나 할 수 있습니다. 오늘 배운 내용을 잘 기억하여, 내 가족과 이웃의 소중한 생명을 지킬 수 있는 준비된 영웅이 되어주시길 바랍니다.
